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바그너의 오페라 가운데 거의 유일한 해피엔딩 희극이라고 해도 좋은 이 작품에 대해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을 적어놓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처음으로 리하르트 바그너의 [마이스터징거]의 서곡을 들었다. 이러한 종류의 음악은 독일인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그제의 인간이면서 모레의 인간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오늘이 없다." 독일인이 조국과 전통과 같은 것에 대해 지니고 있는 깊이와 변덕스러운 기분 그리고 자의적인 고양과 조야 거칠음이 뒤섞인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기분, 기질의 모습을 니체는 [마이스터징거]에 입각하여 이렇게 형용했던 것이다. 거기에 투영되어 있는 것은 바그너 자신도 가담한 3월 전기로부터 1848년에 이르는 독일 시민혁명 흐름의 좌절 및 틀어짐과 그 파토스가 내셔널리즘의 병리로 용해된 것, 그리고 그 귀결로서의 독일 제국 건국이라는 19세기 후반의 독일의 역사 상황에 대한 니체의 초조함이다. 기사의 아들발터가 마이스터징거의 노래 경연에서 승리함으로써 금 세공사의 딸 에파와의 사랑을 서우치하게 되는 것을 기본적인 줄거리로 하는 이 오페라는 한편으로는 바그너에게 놓여 있었던 시민 감각 및 귀족적·긍정적 예술에 대한 시민적·민중적 예술의 찬양이라는 예술 변혁의 요소와 결부된다. 하지만 이 오페라의 클라이맥스라고도 해야 할 제3막의 노래 경연 모임 장면은 그러한 시민성의 계기가 바그너에 의해 있어야 할 독일의 국민성의 계기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작스가 노래하는 [독일의 마이스터 예술의 찬미]는 그 변질의 징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니체는 일치감치 이 오페라에서 그러한 [독일적인 것]의 무매개적인 예찬이 지니는 수상쩍은 이데올로기 효과를 간취했던 것이다.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는 예를 들어 1938년의 뉘른베르크 당대회 전야에서의 상연과 1943년의 푸르트벵글러의 지휘에 의한 전시 바이로이트 축제에서의 상연으로 상징되듯이, 이 오페라의 상연에 특별한 축전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위를 상기할 때, 니체의 이 오페라에 관한 인식은 거의 예언자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니벨룽겐의 반지
바그너의 음악극이며 1848년에 구상이 개시된 이래로 완성까지 26년이 걸린 문자 그대로 바그너의 필생의 작업이라고 해야 할 작품이다. 전체는 전야제극 [라인의 황금]과 그에 이어지는 음악극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의 4부로 이루어지며, 상연에는 약 14시간이 걸린다.
이 대작의 구상은 바그너가 드레스덴에서의 혁명적 봉기에 참가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쓰인 드라마 초안 [지크프리트의 죽음]에서 유래한다. 그 무렵 바그너는 논문 [비베른겐-전설에서 발흥된 세계사]를 집필하는데, 거기서 그는 여러 게르만족들의 항쟁의 역사와 니벨룽족-지크프리트로부터 발하는 신화 전승을 결부시켜 '전설 세계사'를 구상한다. 이 전설 세계에 의해 그 방향이 규정되는 신화에의 지향이 바그너에게 있어서의 미래 예술의 받침 접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에의 지향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지크프리트의 죽음]의 구상이 부풀어간다. 바그너는 주로 에다, 사가라고 불리는 북구 고전승에서 소재를 취하면서 후에 [신들의 황훈]의 대본이 되는 [지크프리트의 죽음]을 52년까지 완성한다. 그 후에 이영웅 지크프리트의 죽음에 이르는 복선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바그너는 [젊은 지크프리트], [발퀴레], [라인의 황금]으로 정확히 드라마의 시간적 순위와는 거꾸로 된 순서로 대본을 써 나아갔다. 음악 쪽은 [라인의 황금]으로부터 작곡이 시작되었지만 도중인 57년부터 64년에 걸쳐 긴 중단 기간이 있으며, 최종적으로 전체 4부작의 음악이 완성되는 것은 74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전체는 76년의 제1회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초연되었다.
이 장대한 작품에 바그너는 그의 세계관, 예술관, 혁명관의 모든 것을 주입하고 있다. 드라마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오랜 신들의 세계인 발할라를 무대로 하여 권력을 둘러싸고서 항쟁하는 신들, 거인족, 니벨룽족들이 몰락하고, 영웅 지크프리트와 신들의 딸 브륀힐데에 의해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이 고지된다고 하는 세계 구원의 이념이다. 하지만 거기에서는 더 나아가 포이어바흐의 사랑의 사상, 쇼펜하우어의 의지 부정의 페시미즘, 또는 프루동의 화폐 비판과 바쿠닌의 아나키즘 등, 바그너가 영향을 받은 다양한 사상적 요소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대단히 착종된 세계가 나타나 있다. 그리고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오랜 게르만, 켈트 신화에서 소재를 찾은 이 신하극의 드라마투르기 및 음악어법 안에서 신화라는 판타스마고리아의 베일을 통해 19세기 근대의 근원적 역사라고도 해야 할 요소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의해 이 작품은 바그너의 예술이 지니는 복잡한 근대성을 가장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반지]라는 작품에 대해 니체는 [반시대적] 제4편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바그너에게서 문학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나타난다. 즉 그는 개념에 의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진행 과정에 의해 사유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다시 말하면 민중이 항상 그렇게 했던 것처럼 바로 신화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다. 기교적이 문화의 후예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신화에 하나의 사상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화 자체가 일종의 사유하는 행위다. 신화는 사건, 행위, 고뇌를 차례차례 보여주면서 세계에 관한 교상을 전달한다.
[니벵룽겐의 반지]는 사상의 개념적 형식이 없는 하나의 거대한 사상체계다. 여기서 니체는 바그너의 논문 [미래의 예술 작품], [오페라와 드라마]에 놓여 있는 오감의 전체성에 뿌리박은 종합 계술 작품의 구상 또는 그 담지자로서의 민중이라는 사고방식에 의거하면서 [반지]에서의 신화의 의미를 규정짓고 있다. 이러한 신화 규정은 후에 TH. 만의 바그너관의 핵심에로도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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